#1. 씨앗 그리고 싹틈
나몬느아에 작고 예쁜 씨앗을 하나 심었다. 매우 크게 될 씨앗 하나를. 씨앗 이름은 ‘까오’. 요녀석이 매일 아침, 저녁, 주말까지 시도 때도 없이 날 귀찮게 한다. 본인이 말하길 자기는 영어 공 부를 시작한지 1달 하고도 19일 밖에 되지 않았다며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.
상태는 심각했다. 알파벳도 가끔 헷갈려했고 He와 She 구분도 못했으며 I’m과 I am이 같은 건지 모르는, 그야말로 영어 밑바닥 상태였다. 까오는 매일 아침 나를 찾아와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졸라댔다.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니 뭘 하나 설명 하는 데에 남들보다 몇 배가 걸렸다.
그렇게 거의 매일 2시간씩 과외를 시킨 결과 아직 2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를 도와서 중고등부 수업을 하고 있다. 처음으로 수업을 같이 진행하던 날 스스로에게 놀라고 매우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. 나도 어찌나 뿌듯하던지 한국어를 알아 들었다면 “아이구 예쁜 내새끼! 장하다!”라고 100번은 외쳤을 텐데! 까오가 정말 노력한 만큼 많이 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수업도 꽤나 재미있게 잘 진행했다.
요즘 농번기라 스텝친구들이 바빠 센터에 잘 오지 않아 혼자 수업을 하기 벅찼었는데, 까오가 있는 덕에 이제 수업 하는 게 훨씬 덜 부담스러워졌다. 요즘은 매일 아침 까오를 가르치고, 가르쳤던 걸 토대로 그날 수업을 한다. 까오는 복습도 할 수 있고 수업도 할 수 있고 1석 2조인 셈이다.
내가 한국에 돌아가고 나서도 까오가 뒤를 잘 이어서 수업을 해주길 기대하며 매일 기쁜 마음으로 씨앗에 물을 준다. 나몬느아의 큰 나무로 성장 하기를 꿈 꾸며. 까오를 통해 왜 라온아띠가 사람을 보내며, 왜 내가 이 곳에 왔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하다.
(아침에 배운걸 토대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'까오')
@travelerong 트래블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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